1999년,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넘게 테니스를 치면서 수없이 많은 스트링을 교체했지만, 정작 어떤 스트링을 어떤 텐션으로 맸는지 기억나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불편함에서 시작된 것이 String GOAT — 테니스 스트링 기록, 피드백 분석, AI 기반 추천을 제공하는 앱입니다.
스트링어에게 의존하던 시절
스트링 교체는 늘 샵에 맡겼습니다. 스트링어가 추천하는 대로, 그때그때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그 스트링으로 테니스 게임을 하는 건 나인데, 스트링 선택을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그 스트링어는 본인이 작업해준 스트링으로 제가 게임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라켓, 내 플레이 스타일, 내 경기력에 대한 데이터는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건데, 그 핵심 정보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스프레드시트의 한계
그래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링 브랜드, 모델, 텐션은 기본이고, 실제 게임에서 느낀 피드백까지 체계적으로 입력했습니다. 컨트롤, 파워, 스핀, 편안함, 느낌, 내구성 — 6가지 항목으로 매번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던 스프레드시트. 데이터가 쌓일수록 관리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 모바일에서 입력이 불편했습니다. 코트에서 게임 직후, 느낌이 생생할 때 바로 기록하고 싶은데 스프레드시트는 모바일 친화적이지 않았습니다.
- 데이터 시각화가 안 됐습니다. 수십 개의 기록이 쌓여도 "그래서 나한테 가장 잘 맞는 스트링이 뭔데?"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습니다.
- 유의미한 패턴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텐션과 스핀의 상관관계, 계절별 텐션 변화 같은 인사이트를 데이터에서 끌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 기능 | 스프레드시트 | String GOAT |
|---|---|---|
| 모바일 입력 | 불편함 | 30초 만에 기록 |
| 피드백 평가 | 자유 텍스트 | 6가지 항목 정량 평가 + 자유 텍스트 |
| 데이터 시각화 | 수동 차트 제작 | 자동 통계 + 차트 |
| 패턴 분석 | 직접 해석 | AI 자동 분석 |
| 스트링 추천 | 불가능 | AI 맞춤 추천 |
| 멀티 디바이스 | 브라우저 필요 | 앱 + 웹 동기화 |
기존 솔루션은 왜 안 맞았나
스트링 기록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트링 샵에서 사용하는 B2B용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객 관리, 작업 이력 추적이 목적이지, 실제로 그 스트링으로 게임하는 플레이어의 관점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나 같은 일반 동호인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스트링 머신, 그리고 아내의 한마디
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저에게 스트링과 텐션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테니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샵의 스트링 작업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교체 비용도 올랐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스트링 머신을 사자.
계산은 간단했습니다. 내 라켓과 아내 라켓, 몇 번만 작업하면 머신 값을 회수하고, 그 이후부터는 돈을 버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물론 정답부터 말하자면, 제 계산은 틀렸습니다.
하지만 스트링 머신을 구매하면서 뭔가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었습니다. 스프레드시트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으니까요.
"앱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아내가 쿨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만들어봐!"
실제로 아내의 이 한마디가 없었으면 String GOAT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String GOAT의 탄생
처음에는 순전히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쓰려고 만든 앱. 스트링 기록을 빠르게 입력하고, 피드백을 남기고, 데이터가 쌓이면 AI가 분석해서 나에게 맞는 스트링과 텐션을 추천해주는 앱.
String GOAT가 해결하는 핵심 문제는 단순합니다.
- 30초 만에 기록. 코트에서 게임 직후, 핸드폰으로 바로 입력
- 피드백 시스템. 컨트롤, 파워, 스핀, 편안함, 느낌, 내구성 — 6가지 평가
- AI 분석.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확한 스트링/텐션 추천
- 클라우드 동기화. 앱과 웹 대시보드, 어디서든 동일한 데이터
- 기존 데이터 가져오기.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해둔 데이터가 있다면, AI가 자동으로 인식해서 그대로 가져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String GOAT 앱에서 스트링을 기록하고 피드백을 확인하는 모습
178개국, 15,000+ 다운로드
혼자 쓰려고 만든 앱이 178개국에서 15,000번 이상 다운로드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전 세계 테니스 동호인들은 생각보다 스트링의 무한한 조합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걸 좋아합니다. 취미 속의 취미라고 할까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자기 라켓의 세팅을 끊임없이 최적화하려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 열정에 데이터와 AI를 더한 것이 String GOAT입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현재 String GOAT는 iOS, Android 앱과 웹 대시보드를 모두 지원합니다. 13개 언어로 제공되며, AI가 사용자의 기록을 분석해 최적의 스트링과 텐션을 추천합니다.
String GOAT 웹 대시보드. 앱과 동일한 데이터를 큰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매일 고민합니다. 전 세계 자가 스트링어들과 테니스 동호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답을 하나씩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